선박매몰(인정된 죄명 : 재물손괴)·선원법위반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2524 판결
【판시사항】
[1] 형사재판에 있어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및 간접증거의 증명력
[2] 화재가 발생한 선박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나,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여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2] 화재가 발생한 선박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내용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공1993상, 1333) ,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공1999하, 2457) , 대법원 2000. 10. 24. 선고 2000도3307 판결(공2000하, 2473)
【피고인】
【상고인】
【변호인】
【원심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재물손괴의 점에 대하여
가.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여
① 화재가 선실 등 선수에서만 진행되고 기관실 등으로 확산되지 않아 소화전을 사용하고 선원들을 지휘하는 등 화재진압을 위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으면
라.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① 피고인이 구조된 우양호에서
피고인이 화재가 발생한 뒤 1시간만에 화재진압을 포기하고 선원들을 모두 우양호로 대피시킨 뒤 11:00경
원심은 화재가 선실 등 선수에서만 진행되고 기관실 등으로 확산되지 않아 소화전을 사용하는 등 선원들을 지휘하여 화재진압을 위하여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였으면
② 피고인이 기관장과 1기사를 데려간 점과 기관장과 친해진 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선수 부분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하여 재승선한 것으로 보았으나, 피고인은 화재진압보다도 화재진압의 가능성과 피해상황 및 선박구조 가능성 등을 살피기 위하여 재승선하였다는 것이고, 항해에 대한 책임은 피고인이 부담하지만, 기관장은 선장 다음의 서열에 있고 기관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으며, 선미에 있는 기관실에까지는 화재가 번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구조의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기관장을 대동할 필요가 있었고, 1기사는 피고인이 동행시킨 것이 아니라 스스로 따라갔다는 것이므로(수 134쪽), 기관실 구조를 잘 아는 기관장과 1기사와 함께 재승선하였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이 선박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선박을 침몰시키려고 기관장과 1기사를 데려간 것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피고인과 기관장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동건의 원심 증언(공판기록 507쪽, 이하 '공 몇쪽'이라고 표시한다)과 공판기록에 첨부된 통신문(공 519쪽)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한편 그들이 선박침몰 후 갑자기 친밀하여졌다는 점에 대하여는 고석윤과 1항해사 김용수가 경찰에서 이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으나(수 518, 157쪽), 피고인은 기관장과 함께 보험회사 및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다녔는데 다른 선원들이 오해한 것 같다고 변소하는바, 선박침몰 후에 피고인과 기관장이 종전과 달리 친밀해진 점과 이 사건 재물손괴의 공소사실을 관련짓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고의로 기관실을 침수시켜 선박을 침몰시키려 하였다면 기관장만을 불러 함께 가거나, 또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기관장보다 1기사만을 데려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③ 이기철이 목격하거나 들었다는 내용에 대하여
이기철은 경찰에서, 피고인이 우양호로 다시 넘어 오면서 기관실에 있는 기관장과 1기사를 데려오라고 지시하여 자신이
이기철의 진술은 자신이 직접 목격하였다는 내용이어서 대부분 추측이나 자신들의 생각을 진술한 것에 불과한 다른 선원들의 진술과 구별되지만, 화재 당시 기관실 당직근무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기관실을 빠져 나간 2기사 김대운의 진술을 보면, 그가 퇴선할 당시 주기관을 정지시키고 발전기 등을 그대로 작동시켜 두었다는 것이므로(수 171, 172쪽), 적지 않은 소음이 있었을 것이고, 이기철은 왼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청력이 좋지 않고(정재효의 제1심 증언, 공 93쪽), 이기철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자신의 시력이 0.1미만이고 당시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 4m거리를 두고 작업중인 사람이 기관장인지 1기사였는지 모르지만(수 209쪽) 체형이나 옷색깔, 머리모양으로 보아 1기사가 아니라 기관장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나(수 210쪽), 한편 이학춘은 킹스톤밸브를 연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익주의 지시를 받아 잠갔다고 주장하고(수 131쪽), 정익주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여(수 385쪽), 이기철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기관장과 1기사를 시켜 킹스톤밸브를 열고 파이프라인의 볼트를 느슨하게 풀게 했다는 공소사실 부분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기철은 피고인이 우양호로 다시 건너오면서 이기철에게 기관장과 1기사를 데려오라고 지시하였다는 것인데(수 142쪽),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그들에게 기관실을 침수시켜 선박을 침몰시키도록 지시하였다면, 그 작업이 끝난 뒤 함께 돌아오거나 먼저 와 기다리면 될 터인데, 굳이 이기철에게 기관실로 가서 기관장과 1기사를 데려오라고 지시하여 그들의 범행현장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④ 피고인 일행이 재승선하였다가 돌아온 뒤 선미 좌현부터 가라앉기 시작하여 침몰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재승선하였다가 돌아온 뒤 약 2시간이 지난 다음 먼저 발전기가 그 작동을 멈추고, 이어 30분 내지 40분 후 기관실이 있는 선미 좌현부터 가라앉기 시작하여 침몰하게 되었다는 점을 피고인이 고의로 선박을 침몰시킨 근거로 들고 있는바, 침몰되기 30-40분 전에 굴뚝에서 흰 연기를 내뿜었다는 사실은 고석윤의 진술(수 225쪽)이나 정재효의 진술(수 233쪽)로 뒷받침되고, 이는 발전기가 물에 잠기면서 꺼지는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지만(정재효의 제1심 증언, 공 93쪽 및 박외태의 원심 증언, 공 392쪽), 그런 현상은 다른 이유로 기관실이 침수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⑤ 킹스톤밸브와 연결된 파이프라인으로부터 유입되는 정도의 해수에 의해서만 선박침몰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원심은
⑥ 선박침몰 후 피고인이 갑판장 정재효에게 흔적을 없애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였다는 점과 이학춘이 술자리에서 킹스톤밸브를 열었다고 말한 점에 대하여
정재효는 경찰에서 피고인과 대질조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선박침몰 다음날 20:30경 우양호에 마련된 피고인의 임시침실에서 "갑판장을 믿고 말이 새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사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피고인이 말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어(수 164쪽), 당시 피고인이 고의로
그리고 원심은 이학춘이 정익주, 고석윤, 정재효 등과 몬테비데오 항구에 있는 식당에서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내가 킹스톤밸브를 열었다."고 말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고, 이는 고석윤, 정재효의 진술이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학춘은 선박침몰 당일
⑦ 피고인이 회사의 하동건 부장과 함께 침몰원인을 조작하고 침몰시각을 1시간 늦추려고 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이 회사에 화재발생보고를 하면서, 처음에는 유창에 불이 번져 선수가 폭발하였고 동시에 브리지가 화염에 싸이고 불꽃이 치솟았다고 보고하였다가(수 6, 465쪽), 다시 유창이 폭발하였다는 부분은 삭제하고 선수창고에 있는 화학물질(페인트, 신나 등)이 조그마한 폭발음을 냈다는 내용을 추가하여 보고한 사실은 기록상 인정되고(수 5, 466쪽), 이러한 보고는 하동건과 전화통화를 한 뒤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화재발생으로 선박이 침몰하였고 인명 피해는 없다는 내용만 전화로 확인하였다는 하동건의 원심 증언(공 501쪽)에도 불구하고, 화재발생보고의 구체적인 내용을 상의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그와 같은 폭발은 화재발생 초기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선원들을 모두 퇴선시킨 다음에 그런 폭발이 있었다는 것이고, 피고인의 보고서 내용도 침몰원인에 대하여는 결국 화재 및 폭발로 인하여 선박이 좌현으로 기울고 선미와 슬립웨이로 해수가 넘어 들어가 결국 침몰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피고인은 폭발음을 들었기 때문에 최초 유창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하였다가, 유창이 폭발한 경우에는 선박 자체가 폭발하게 되므로 신나통 등이 폭발한 것으로 추측하여 그와 같이 정정하였다고 변소하고 있으며(수 467쪽), 피고인으로서는 선원들은 안전하게 대피시켰으나 화재를 진압하고 선박을 구조하여야 하는 선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하여 소화전을 이용하여 화재진압을 하였다는 등 실제와 달리 화재상황을 과장하여 보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한편 고석윤은 하동건이 몬테비데오로 온 다음 사고보고서의 유창폭발은 있을 수 없으니 해수가 선미로 넘어 들어와 침몰한 것으로 말하라고 지시하였다고 하나(수 509쪽), 정확한 침몰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보고서 내용 중 유창폭발 부분은 잘못이고 해수가 선미를 넘어 들어와 침몰한 것으로 판단하여 그와 같이 말하였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고석윤은 피고인에 대한 불만과 일찍 하선하게 됨으로써 입게된 개인적인 손해 등의 배상 문제로 회사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공 507쪽)에서 이러한 진술만으로 피고인과 하동건이 함께 침몰원인을 사실과 달리 조작하려고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정재효는, 실제 침몰시각이 14:30경인데 피고인이 침몰시간이 너무 빠르니 1시간 늦추어 보고한다고 한국선원들에게 주지시켰고, 우양호 식당의 시계를 보아 정확한 침몰시각을 알게 되었다고 하고, 하동건도 몬테비데오에 있는 호텔에서 그와 같은 지시를 하였다고 진술하고(수 550쪽), 고석윤도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고 있으나(수 225, 509쪽), 오히려 우양호 선장으로
⑧ 선장, 기관장 등 일부 간부선원들을 제외한 모든 선원들이 피고인, 기관장 및 1기사를 의심한 점에 대하여
⑨ 선박의 시가에 비하여 과다한 보험에 가입된 점에 대하여
고액의 보험금이 피고인이 고의로 선박을 침몰시킨 배경으로 보일 여지가 있지만, 공소사실과 같이 회사에 보험금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고의로 선박을 침몰시킨 것으로 인정하려면, 피고인과 회사 사이에 사전에 유사시 선박을 침몰시키기로 한 밀약이 있었다거나, 적어도 화재가 발생한 후 회사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그와 같은 지시를 받거나, 아니면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위하여 고의로 선박을 침몰시킬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피고인이 사전에 회사로부터 화재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차라리 배를 침몰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거나, 통상 선장과 선주 사이에 그와 같은 밀약이 있다고 볼 자료는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회사에 보험금을 타게 하려고 선박을 침몰시켰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당시
그리고 피고인에게 보험금을 노리는 의도가 있었다면, 화재발생 직후에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실행을 하였다는 기관장이나 1기사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인데, 화재발생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러한 모의가 이루어진다거나, 특히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기관장 정익주가 피고인의 지시에 순응하여 범법행위를 저지른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마.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하여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선박침몰에 의한 재물손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2. 선원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과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 선원법위반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선원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재물손괴의 점에 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바, 원심은 이를 선원법위반의 점과 함께 유죄로 인정하여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처벌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의 유죄부분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