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영국해상보험법 제60조 및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9조 소정의 수리비의 의미

[2] 선박침몰로 인한 보험사고의 추정전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감정인의 수리비 산정이 감정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산출근거도 불분명하여 신빙성이 없다고 한 사례

[3] 근저당권설정계약상 보험계약의 소멸 또는 저당물건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하여 설정자가 제3자로부터 받을 배상금·보상금 등의 금전이 있을 경우 근저당권자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고 약정한 경우, 저당물건인 선박이 완전히 훼손됨으로 인하여 지급받게 될 보험금이나 훼손된 선박을 고철로서 매각한 대금은 근저당권자에게 귀속되고, 설정자가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선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의 말소를 요청할 경우 근저당권자는 설정자에게 대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위 요청에 응하기로 한다는 약정이 있는 경우, 이는 담보유지의무를 면제하겠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훼손된 선박의 매각대금을 설정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년) 제56조 제1항은 "손해는 전부이거나 일부일 수 있다. 이하에서 정의하는 전손 이외는 분손이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전손은 현실전손(actual total loss)일 수도 있고, 추정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일 수도 있다."고 규정하며, 제60조 제1항은 "보험증권상의 명시적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보험목적의 현실전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또는 비용이 지출되고 난 이후의 보험목적의 가액을 초과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현실전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목적을 위부( 委付 )하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추정전손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특히 다음의 경우는 추정전손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2호에서 "선박이 훼손된 경우에는, 선박이 피보험위험으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그 훼손을 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 이 수리비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수리에 관하여 다른 이해관계인이 지급하여야 할 공동해손분담액을 공제하여서는 아니되지만, 장래의 구조작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선박이 수리될 경우에 선박이 부담하게 될 장래의 공동해손분담액은 수리비에 가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된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9조 제1항은 "추정전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부보된 선박가액을 수리 후의 선박가액으로 보고, 선박 또는 난파선의 훼손된 가액 또는 해체된 가액은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수리비라 함은 훼손된 선박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하고, 이에는 선박의 손상 부위와 정도를 감정하기 위한 비용·선박을 수선항으로 예인하기 위한 비용·선급검사인의 검사료·예선증명서의 발급비용·수선감독자의 감독비용·기타 수선에 부수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2] 선박침몰로 인한 보험사고의 추정전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감정인의 수리비 산정이 감정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고 산출근거도 불분명하여 신빙성이 없다고 한 사례.

[3] 근저당권설정계약상 보험계약의 소멸 또는 저당물건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하여 설정자가 제3자로부터 받을 배상금·보상금 등의 금전이 있을 경우 근저당권자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고 약정한 경우, 저당물건인 선박이 완전히 훼손됨으로 인하여 지급받게 될 보험금이나 훼손된 선박을 고철로서 매각한 대금은 근저당권자에게 귀속되고, 설정자가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선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의 말소를 요청할 경우 근저당권자는 설정자에게 대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위 요청에 응하기로 한다는 약정이 있는 경우, 이는 담보유지의무를 면제하겠다는 의미이지 완전히 훼손된 선박의 매각대금을 설정자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영국 해상보험법 제56조 제1항 , 제2항, 제60조 제1항 , 제2항 제2호,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9조 제1항 / [2] 영국 해상보험법 제56조 제1항 , 제2항, 제60조 제1항 , 제2항 제2호,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9조 제1항 , 상법 제638조 , 제710조 / [3] 민법 제342조 , 제357조 , 상법 제871조

【원고,피상고인겸상고인】

현대상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광률 외 1인)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한국산업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흥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오수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1998. 10. 23. 선고 98나31990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기초사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과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는 1981. 7. 6. 동서해운 주식회사(이하 '동서해운'이라고 한다)에 외화자금을 대출하고 그 담보로서 동서해운 소속의 선박 해바라기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에 채권최고액 미화 1,900만 달러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근저당권설정계약서에 의하면 보험계약의 소멸 또는 저당물건의 멸실·훼손·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설정자가 제3자로부터 받을 배상금·보상금 등의 금전이나 물건 등이 있을 때에는 채권자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고 채권자가 직접 이를 청구 영수하여 변제기에 불구하고 이 계약에 의한 모든 채무와 비용의 변제에 임의로 충당하여도 채무자는 이의가 없기로 하고(제2조 제3항), 사변·재해·기타의 모든 사유로 인하여 저당물건이 공용징수 또는 분실·멸실·훼손됨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그 가격이 감소되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채권자의 요구에 의하여 채무자는 기한 전이라도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변제하거나 설정자 또는 채무자가 이에 갈음하는 담보 또는 추가담보를 제공하기로 승낙하며(제3조), 설정자는 저당물건에 대하여 채권자가 지정하는 보험회사와 채권자가 지정하는 종류와 금액 이상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고(제4조 제1항), 그 보험계약에 기인한 권리를 채권자에게 양도 또는 질권을 설정하며 그 보험회사의 승낙을 얻은 다음 채권자에게 보험증권과 계속보험료영수증을 교부하고(같은 조 제2항), 위 보험계약으로 인한 보험금을 채권자가 수령한 때에는 변제기에 불구하고 이 계약에 의한 모든 채무와 비용의 변제에 임의로 충당하여도 설정자는 이의가 없기로 하였다(같은 조 제7항).

나. 1985. 10. 30. 산업정책심의회에서 정부의 해운산업합리화정책에 따라 고려해운 주식회사(이하 '고려해운'이라 한다. 1988. 1. 4. 원고에게 흡수 합병됨)가 동서해운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하고, 원고는 고려해운을 흡수합병하기로 하는 의결이 있었다.

다. 고려해운은 1986. 8. 23. 동서해운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매수하면서 그 매매대금은 위 근저당의 피담보채무(한화 13,639,404,803원 상당)를 아래와 같이 22년 무이자 거치 3년 분할상환의 조건으로 인수함으로써 지급에 갈음하기로 하였고, 1986. 8. 27. 원고·피고·고려해운·동서해운 사이에 고려해운이 동서해운의 피고에 대한 대출금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제1조·제3조), 고려해운을 흡수 합병할 원고가 위 인수채무를 2008. 8. 27.부터 2011. 8. 26.까지 6개월마다 균등 분할한 2,274,404,803원씩을 상환하며(제2조), 위 근저당권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시키되(제4조 제1항), 고려해운이 필요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선하고자 할 경우 피고는 위 근저당권의 말소요청에 별도 담보제공의 요청 없이 이에 응하기로 하는(제4조 제2항) 채무인수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고려해운은 1986. 8. 27. 현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현대화재해상'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의 충돌·좌초 등으로 인하여 선박에 발생한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보험자 고려해운·원고, 보험기간 1986. 8. 27. 12:00부터 1987. 1. 1. 12:00까지, 보험금액 및 보험가액 미화 15,500,000달러로 하는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보험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Hulles, 1983. 10. 1.)에 의하면 위 보험계약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마. 1986. 8. 28. 부산항 백운포만 앞바다에서 이 사건 선박이 태풍으로 인하여 암초에 걸려 좌초되는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다

바. 고려해운은 1986. 9. 10. 현대화재해상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의 현실전손 또는 추정전손의 경우에는 그 보험금을 피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 양도증서(Endorsement)를 교부받아 다음날 이를 보험증권과 함께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사. 고려해운은 1986. 9. 17. 현대정공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을 대금 약 80만 달러에 매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986. 9. 23. 피고에게 위 채무인수계약서 제4조 제2항을 근거로 위 근저당권의 말소를 요청하였으며, 현대화재해상은 1986. 9. 29.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가 분손사고이므로 피고가 보험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송부하였다.

아. 이에 피고는 1986. 10. 4. 채무인수계약서 제4조 제2항에 따라 별도의 담보를 제공받지 아니하고 위 근저당권을 말소하였으며, 1986. 10. 6. 위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기 위하여 위 보험증권과 양도증서의 반환을 요청하는 고려해운에게 위 보험증권과 양도증서를 반환하였다.

자. 고려해운은 1986. 10. 7. 현대화재해상에게 위 질권설정계약의 해지를 통지하는 한편, 1986. 10. 20. 현대화재해상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가 전손사고임을 전제로 보험위부의 통지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현대화재해상보험은 1986. 10. 24. 위 보험위부를 거절하였다.

차. 한국검사정공사의 감정원 소외인 이 현대화재해상의 의뢰에 따라 이 사건 보험사고의 원인과 손해에 관하여 감정을 한 다음, 1986. 10. 29. 이 사건 선박의 구조와 수리에 필요한 비용이 12,166,300,000(=해난구조비 2,391,500,000 + 수리비 9,774,800,000)원이라는 내용의 검사보고서를 현대화재해상에 제출하였고, 위 수리비를 당시의 환율에 따라 미화로 환산한 금액이 13,958,582달러로서 보험가액 15,500,000달러에 미달하자, 고려해운은 현대화재해상과 사이에 이 사건 보험사고를 타협전손(compromised total loss)으로 처리하여 보험가액의 85%를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현대화재해상이 선임한 손해사정인은 위 검사보고서와 타협전손의 합의에 터잡아 이 사건 보험사고가 분손사고에 해당하나, 타협전손으로 처리하여 보험가액의 85%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취지의 타협전손정산서를 작성하여 1986. 11. 14. 현대화재해상에 제출하였다.

카. 고려해운은 1986. 11. 29.부터 1986. 12. 30.까지 현대화재해상으로부터 타협전손의 합의에 따른 보험금 11,426,008,725원을 지급받는 한편, 그 무렵 현대정공 주식회사로부터 위 선박의 매각대금 463,908,517원을 지급받았다.

타. 감사원은 1987년 2월경 피고에 대한 업무감사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저당목적물의 훼손 등으로 인한 보험금과 선박매각대금은 대출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보험사고는 추정전손 사고로서 피고가 그 보험금을 직접 수령하여 변제 충당하여야 함에도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보험증권을 반환하여 고려해운으로 하여금 선박의 매각대금과 보험금을 취득하게 하였으므로, 소송을 통하여 위 매각대금과 보험금 상당의 금원을 반환받아 대출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라는 시정조치를 발하였다.

파. 피고는 1987년 3월경부터 1987년 8월경까지 수차례에 걸쳐 고려해운에게 위 매각대금 및 보험금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고려해운은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이미 해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보험사고가 분손사고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요청을 거절하는 등으로 위 보험금 등의 귀속에 관하여 다투던 중, 1987. 9. 19. 고려해운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보험금에 관하여 고려해운이 피고 은행에 보험금 상당액을 정기예금의 형태로 예치한 다음, 피고를 상대로 보험금청구권이 피고에게 있는지, 또 그 보험금을 이 사건 대출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고, 그 소송결과에 따라 고려해운이 승소하면 예치금과 이자를 반환받으며 피고가 승소하면 예치금과 이자를 위 대출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고려해운이 보험금 상당액인 11,426,008,725원(이하 '예치금'이라고 한다)을 1년 만기의 정기예금에 예치하는 형태를 빌어 피고 은행에 보관시켰으나, 선박매각대금에 관하여는 의견의 불일치로 그 해결방안에 대하여 별다른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하. 피고는 1987년 8월경 피고은행에 예치되어 있던 원고 소유의 선박 현대뉴월드호에 대한 보험금 중 위 선박매각대금 상당의 463,908,517원(이하 '미지급 보험금'이라고 한다)을 가수금 명목으로 보관하였고, 1988. 5. 2. 위 예치금과 가수금을 위 대출금 채무의 변제에 충당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은 위 사실관계에 터잡아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가. 예치금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의 손해사정결과 선박의 수리와 구조에 필요한 비용이 미화 13,958,582달러로서 보험가액인 미화 15,500,000달러를 초과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는 분손사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은 일단 피보험자인 고려해운에게 귀속되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예치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 또는 근저당권설정계약에 의하여 선박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보험금 등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사고가 전손사고인지 분순사고인지 묻지 아니하고 그 보험금은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즉, 고려해운이 피고의 요청에 따라 부득이 선박 현가의 10여 배에 달하는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인수하기에 이른 점, 상환조건을 위 선박의 현가와 그 운용이익을 감안하여 '2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으로 정한 점, 고려해운이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선하고자 할 경우 피고는 고려해운에게 대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위 요청에 응하기로 한 점, 전손사고로 인한 보험금청구권에 한하여 채권질권이 설정된 점, 위 보험사고 발생 후 고려해운은 선박의 매각과 보험금청구를 위하여 피고에게 선박근저당권의 말소와 보험증권 및 양도증서의 반환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보험사고가 분손사고임을 확인한 다음 별다른 이의 없이 근저당권을 말소하는 한편 고려해운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보험증권을 반환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려해운과 피고 사이에 위 채무인수계약 당시 고려해운이 부실한 위 대출금채무를 인수하는 대신, 피고는 전손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수령하여 이를 이 사건 대출금채무에 변제충당하는 외에는 고려해운으로부터 채무인수계약시 정한 상환조건에 따라서만 이 사건 대출금채무를 상환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고, 피고는 위 합의의 이행으로서 선박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보험증권을 고려해운에게 반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권을 행사하거나 근저당권설정계약상의 변제충당 규정을 들어 위 보험금청구권이 피고에게 귀속되었음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 미지급 보험금 청구에 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근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물인 이 사건 선박의 매각대금에도 미치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저당목적물의 매각대금이 근저당권의 효력범위에 속한다거나 물상대위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사정에 비추어 채무인수계약 당시 고려해운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선박이 타에 매각될 경우 그 매각대금은 채무인수자인 고려해운에게 귀속시키기로 하고, 피고는 원고로부터 위 상환조건에 따라서만 대출금채무를 상환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예치금 청구에 관하여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년) 제56조 제1항은 "손해는 전부이거나 일부일 수 있다. 이하에서 정의하는 전손 이외는 분손이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전손은 현실전손(actual total loss)일 수도 있고, 추정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일 수도 있다."고 규정하며, 제60조 제1항은 "보험증권상의 명시적 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보험목적의 현실전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또는 비용이 지출되고 난 이후의 보험목적의 가액을 초과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현실전손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목적을 위부(委付)하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는 추정전손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특히 다음의 경우는 추정전손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제2호에서 "선박이 훼손된 경우에는, 선박이 피보험위험으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그 훼손을 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수리되었을 때의 선박가액을 초과하리라고 예상되는 경우. 이 수리비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수리에 관하여 다른 이해관계인이 지급하여야 할 공동해손분담액을 공제하여서는 아니되지만, 장래의 구조작업에 소요되는 비용과 선박이 수리될 경우에 선박이 부담하게 될 장래의 공동해손분담액은 수리비에 가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된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19조 제1항은 "추정전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부보된 선박가액을 수리 후의 선박가액으로 보고, 선박 또는 난파선의 훼손된 가액 또는 해체된 가액은 이를 고려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수리비라 함은 훼손된 선박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하고, 이에는 선박의 손상 부위와 정도를 감정하기 위한 비용·선박을 수선항으로 예인하기 위한 비용·선급검사인의 검사료·예선증명서의 발급비용·수선감독자의 감독비용·기타 수선에 부수하는 비용도 포함된다 할 것이다.

⑵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이 인용한 제1심은 감정원 소외인 의 감정 결과와 이에 기초한 손해사정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사건 보험사고를 분손사고라고 판단하였는바, 위 감정과 손해사정의 결과는 이를 추정전손 여부를 판단하는 수리비 산정의 자료로 삼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 합리성 내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

①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의뢰에 따라 이 사건 선박을 검사한 한국선급협회의 감정인은 이 사건 선박의 선저와 선저 내부재가 광범위하게 손상되고 갑판구조물의 3분의 2가 변형 내지 손상된 것으로 판단되므로 선박을 건선거(乾船渠, dry dock)에 올려 손상범위 등을 세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는 내용의 검사보고서를 작성·제출하였는데, 위 소외인 은 이 사건 보험사고 직후인 1986. 8. 29.부터 현장에 있는 선박에 대하여 잠수부들을 통하여 손상 부위와 정도를 조사함에 있어 그 중 선저부와 기관실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불가능하였지만 이러한 조사결과를 기초로 제1차 검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보고서에 잠수부와 선급협회의 보고서를 첨부·제시하여 현대미포조선소 주식회사와 부산수리조선소 주식회사 등에 수리비의 견적을, 신흥해난구조 주식회사와 곤도가이지 주식회사에 해난구조비의 견적을 각 요청하여 이 견적서들을 바탕으로 수리비와 구조비를 감정하였는바, 위 수리비는 건선거에서 손상 부위 등을 정밀 조사하여 재조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산정한 것이나, 그 후 정밀 조사가 행하져지지 않았다.

②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로서 현대미포조선소 주식회사가 12,614,752,000원의, 부산수리조선소 주식회사가 11,373,065,740원의 각 견적서를, 그 구조비로서 신흥해난구조 주식회사가 2,391,500,000원의, 곤도가이지 주식회사가 일화 1,169,719,263엔의 각 견적서를 제출하였고, 이 가운데 저액의 수리비와 구조비를 합하면 13,764,565,740(=수리비 11,373,065,740 + 구조비 2,391,500,000)원으로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리비에 포함되어야 할 부수비용을 제외하고도 보험가액 13,509,800,000(=미화 1,550만 달러×당시 환율 871.60)원을 초과한다. 그런데 소외인 은 위 견적서들을 항목별로 검토한 결과 그 내용이 전체적으로 볼 때 손상의 수리에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그 중 액수가 적은 후자의 수리비를 채용하면서도, 선급협회와 잠수부의 보고서, 전문가의 충고 및 자신의 경험 등을 토대로 그 수리비를 9,774,800,000원으로 감액하였으나, 감액의 근거와 세부적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감액의 적정 여부를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견적 의뢰시에 이미 선급협회와 잠수부의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제시하였던 점에 비추어 다시 이를 감액의 자료로 삼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이 현대화재해상은 손해사정 결과와 그 기초가 된 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임에도 피고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가 분손사고라고 통지하였고, 손해사정도 타협전손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졌으며, 소외인 이 위 ①항과 같이 이 사건 선박의 손상 부위와 정도에 관한 정확한 조사를 생략하고, 손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기관실과 선저에 대하여는 그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손해 정도 등을 추정한 상태에서 수리비 견적을 의뢰하였으며, 아래 ④항과 같이 수리비에 포함시켜야 할 부수비용에 대하여는 조사조차 하지 아니하였고,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손해사정인은 실제 수리시 잠재손상에 대한 수리비와 부수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고려해운과 현대화재해상은 이 사건 선박의 침몰상태, 손상 정도 및 수리 후의 선박가액 등을 고려하여 이를 실제로 수리하기보다는 폐선하고 보험사고 또한 타협전손으로 처리할 것을 전제로 감정 및 손해사정을 의뢰한 것으로 보여지고, 따라서 위 감정과 손해사정의 결과는 이를 이 사건 선박의 복구에 필요한 수리비 산정의 자료로 삼기에 적절하지 않다 할 것이다.

④ 부산항 앞 바다에 좌초된 이 사건 선박을 실제 수리하려면 수선항으로 예인하기 위한 비용·선급검사인의 검사료·예선증명서의 발급비용·수선감독자의 감독비용·기타 수선에 부수하는 비용이 필요하고, 소외인 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예인비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이 수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위 비용이 전혀 수리비에 계상되지 않았다.

⑤ 위 감정을 담당한 소외인 은 1983년 해운항만청장이 항만운송사업법 제7조의 규정에 의거하여 실시한 감정원 시험에 합격하여 그 자격을 취득하였는데, 당시의 구 항만운송사업법(1997. 4. 10. 법률 제5335호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제7호는 항만운송의 하나로서 '선적화물의 적재에 관한 증명·조사 및 감정'을 행하는 일을 들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은 직업으로서 감정에 종사하는 자를 감정원이라고 정의할 뿐이고, 달리 선체의 손해 등에 관한 조사·감정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으므로, 소외인 은 선적화물의 적재에 관하여 증명·조사·감정할 자격을 갖추었을 뿐 선체의 손해를 감정할 자격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⑶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정원 소외인 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절차와 방법에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수리비의 산출근거도 불분명하다고 아니할 수 없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손해사정 결과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같은 점에 관하여 더 심리하지 아니한 채 위 감정과 손해사정의 결과가 신빙성이 있다고 보아 이를 기초로 이 사건 선박의 수리비를 산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사고가 분손사고라고 단정하여 이 사건 보험금청구권이 피보험자인 고려해운에 귀속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선박의 침몰로 인한 보험사고의 추정전손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수리비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미지급 보험금 청구에 관하여

위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고려해운이 동서해운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하면서 그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인 대출금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여 동서해운의 원고에 대한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의 지위를 승계하였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근저당권설정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저당권자인 피고와 채무자 겸 근저당권설정자의 지위에 있는 고려해운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할 것인바,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제2조 제3항 및 제4조 제7항은 보험계약의 소멸 또는 저당물건의 멸실·훼손·기타의 원인으로 인하여 설정자가 제3자로부터 받을 배상금·보상금 등의 금전이나 물건 등이 있을 경우 근저당권자로 하여금 변제기에 불구하고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선박이 좌초·침몰되어 완전히 훼손됨으로 인하여 지급받게 된 보상금인 보험금뿐만 아니라 훼손된 이 사건 선박을 고철로서 매각한 대금도 위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충당되어야 할 것으로서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채무인수계약서 제4조 제2항에서 고려해운이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선하기 위하여 근저당의 말소를 요청할 경우 피고는 고려해운에게 대담보의 제공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위 요청에 응하기로 한다고 규정하여 매각이나 폐선의 경우 채무자의 담보유지 의무를 면제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는 해운산업합리화조치로서 이 사건 선박을 인수한 고려해운으로 하여금 선박을 계속 운용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처분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영의 합리화를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위 규정은 고려해운이 경영상의 판단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을 매각하거나 폐선할 경우에 근저당권설정계약상 담보유지 의무를 면제하겠다는 것이지, 이에서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보험사고로 인하여 완전히 훼손된 선박을 매각한 경우 그 매각대금까지도 고려해운에 귀속시키기로 하는 특약이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의 매각대금 또한 피고에게 귀속되어야 할 것임에도, 위 채무인수계약시 고려해운과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은 특약이 있었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근저당설정계약서 제2조 제3항과 제4조 제7항 및 채무인수계약서 제4조 제2항 규정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고의 상고이유는 예치금 청구가 이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지연손해금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다투는 것인데, 예치금 청구가 이유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조무제
대법관
이용우
주심
대법관
강신욱
대법관
이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