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목격자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 있어서 유죄 인정의 방법

[2]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의로 칼로 찔러서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환송 전 원심판결이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에 의한 살해행위가 아닌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배제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파기되었는데, 환송 후 원심판결이 새로운 증거 등을 종합하여 환송 전 원심판결과 동일하게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이를 환송판결과 동일하게 피해자의 우발적 사고에 의한 사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목격자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 있어서는 적법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논리법칙과 경험칙을 적용하여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추단될 수 있을 경우에만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2]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의로 칼로 찔러서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환송 전 원심판결이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에 의한 살해행위가 아닌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배제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파기되었는데, 환송 후 원심판결이 새로운 증거 등을 종합하여 환송 전 원심판결과 동일하게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이를 환송판결과 동일하게 피해자의 우발적 사고에 의한 사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다시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308조 / [2] 형법 제250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

【참조판례】

[1][2]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5350 판결(공2000상, 916) /[1] 대법원 1993. 3. 23. 선고 92도3327 판결(공1993상, 1333) ,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도1335 판결(공1994하, 2695) , 대법원 1995. 5. 9. 선고 95도535 판결(공1995상, 2146) ,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도974 판결(공1997하, 2754) , 대법원 1998. 11. 13. 선고 96도1783 판결(공1998하, 2908) ,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73 판결(공1999하, 2457)

【피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창구

【상고인】

피고인

【환송판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5350 판결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0. 7. 7. 선고 2000노706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과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평소에 남편인 피해자와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부부싸움을 하여 왔는데, 1999. 3. 12. 01:20경 주거지에서 경영하던 갈비집 내실에서 피해자와 또다시 부부싸움을 하다가 피해자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고 나가려고 하는데 피해자가 뒤에서 잡자 순간 이에 격분하여 피해자를 칼로 찔러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출입구 쪽 도마 위에 있던 칼을 손에 들고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1회 깊이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심장자창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2. 피고인의 주장

피고인은 검찰이래 줄곧 범행을 극구 부인하면서, 피해자는 평소 피고인과 부부싸움을 하다가 칼을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사건 당시에도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말다툼 끝에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방문 앞의 도마 위에 있던 칼을 집어 든 다음 피고인과 서서 마주 보는 자세로 오른손에 칼을 들고 왼손으로 피고인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붙잡은 상태에서 피고인의 몸을 잡아끌며 그대로 뒷걸음을 치다가 뒤에 있던 책상에 부딪쳤고, 이에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놓으라고 하면서 피고인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잡고 있는 피해자의 왼손을 뿌리치면서 피해자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는데, 그 때 피해자가 빼앗기지 않으려고 힘을 주거나 저항이 없이 칼을 피고인에게 내주기에 피고인이 칼을 받아서 처음에 칼이 놓여 있던 도마 위에 이를 놓아두고 되돌아오는 순간 피해자가 가슴을 움켜쥐고 스르르 넘어진 사실이 있을 뿐이고,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를 찌른 사실이 없으며, 피고인이 칼을 피해자로 빼앗을 당시에도 서로 실랑이를 함이 없이 피해자가 칼을 주었으므로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찔린 것도 아니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왼쪽 어깨를 붙잡고 뒷걸음을 치다가 책상에 부딪친 순간부터 피고인이 피고인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잡고 있는 피해자의 왼손을 뿌리칠 때까지의 사이에 피해자가 칼에 찔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이 들기는 하나 그 순간을 보지 못하여 어떻게 피해자가 칼에 찔린 것인지 알지 못한다.

3. 환송 전 원심의 판단

먼저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을 배제한 후,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가 칼을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그 칼을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하였거나, 피해자가 다른 장애물에 부딪치는 등의 사유로 잘못하여 칼에 찔렸는지 아니면 피고인이 살해의 고의로 피해자를 칼로 찔렀는지 여부라고 전제하고 나서, 피해자의 자창 부위, 자창의 모양과 칼날방향, 피해자 신체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고, 피고인이 칼로 피해자의 가슴을 찌른 이상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함으로써, 결론에 있어서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4. 환송판결

이 사건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을 배제한 원심의 판단 부분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나아가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서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피해자가 칼을 들고 피고인을 위협할 당시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피해자가 칼을 잡은 모양은 칼을 쥐었을 때 칼날부위가 새끼손가락 쪽을 향하고, 손잡이 뒷 부분이 엄지손가락 쪽으로 향하는 자세였던 사실과, 사망한 피해자의 좌측 가슴에는 칼날방향이 외측으로 나 있는 길이 2.5㎝ 정도, 깊이 15㎝ 정도의 자창이 1개 있는데, 외부에서 볼 때 거의 수평으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고 곧바로 뒤를 향하고 있으며, 곧바로 찔린 뒤 내부에서 흔들리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칼이 빠져 나온 형태로 되어 있고,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는 다른 손상이 없으며 주저흔이나 방어흔 등도 없는 사실 등을 인정한 조치도 기록상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원심이 위와 같은 사실들에 근거하여, 피해자가 칼을 잡고 어깨 높이로 칼을 들고 있었다면 칼날은 지면을 향하게 되므로, 뒷걸음을 치다가 책상에 부딪치는 등 외부의 다른 물체와 충돌되거나 잘못하여 넘어지거나 피고인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 부분을 잡고 있는 피해자의 왼손을 뿌리치면서 피해자로부터 칼을 빼앗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자창이 생겼다면 자창의 칼날 방향은 신체 내측을 향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자창의 모양이 수평으로 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우발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그에 따라 곧바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의로 살해한 사실을 인정한 조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원심이 지지증거로 인용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사실조회회보서에는 그와 같은 판단을지지할 만한 아무런 기재도 없는 반면, 오히려 함께 지지증거로 인용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이윤성 작성의 사실조회회보서는, "피해자의 치명적인 자창은 칼이 갈비뼈나 물렁뼈를 다치지 않고 순전히 근육만을 자르고 들어감으로써 특별히 인체조직의 저항이 없었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칼을 빼는 행위도 특별한 힘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져서 당시 피해자가 칼을 손에 쥐고 있었다면 자창 직후 스스로 칼을 뺐을 수도 있으며, 타살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피고인과 서로 실랑이를 하던 중 칼에 찔리는 상황이 현실에서 드물지 않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마주서서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면 자창의 방향이 아래로 향하여야 할 것인데도 이 사건에서 자창의 방향이 거의 수평이라는 점과 피해자가 정상적인 건강상태여서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찔린 뒤라도 행동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는데도 자신보다 약한 피고인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으면서도 그 신체에 아무런 방어손상이 없다는 점 등에서 오히려 일반적인 타살과는 다르므로,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피해자와 피고인이 서로 실랑이를 하던 도중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로 인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는 취지로 되어 있을 뿐이고, 그 밖에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가능성을 배제할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에 의한 살해행위가 아닌 우발적인 사고로 인한 것일 가능성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고, 그와 같은 가능성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배제되지 않는 이상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러서 살해하였다는 사실 또한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고의로 칼로 찔러서 살해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지지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단지 피해자가 자살을 하였을 가능성이나 우발적인 사고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결국 증거가치의 판단을 잘못한 나머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증거 없이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5. 환송 후 원심의 판단

먼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을 배제한 다음, 피고인의 변소대로 피고인이 칼을 든 피해자와 실랑이를 하던 도중 피해자가 자신의 잘못으로 칼에 찔렸을 가능성에 관하여 판단하기를, 먼저 피고인은 검찰 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칼을 들고 피고인을 위협할 당시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피해자가 칼을 잡은 모양은 칼을 쥐었을 때 칼날 부위가 새끼 손가락쪽을 향하고, 손잡이 뒷부분이 엄지 손가락쪽으로 향하는 자세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피해자의 좌측 가슴에 나있는 자창의 칼날방향이 신체 외측을 향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칼을 위와 같이 든 상태에서 칼날의 방향에 대하여 당심 결심 기일에 이르러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나, 그 이전의 수사기관, 원심 및 환송 전 원심의 진술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정확한 진술을 하지 않았고, 칼날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이를 전제로 한 환송 전 원심 및 환송 후 원심 결심기일 전까지 이 부분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의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환송 후 원심 증인 이윤성의 증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칼을 잡는다는 의식을 가지고 위와 같이 칼을 들었을 경우는 일반적으로 칼날이 지면을, 칼등이 하늘 방향을 가리키게 들게 되고, 위와 같은 모양으로 피해자가 칼을 잡고 어깨 높이로 칼을 들고 칼날은 지면을 향하게 되어 있었다면, 가사 피해자가 어떤 과정 중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을 경우는 자창의 칼날방향이 신체 내측을 항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이와 반대로 자창의 칼날방향이 신체 외측을 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창이 수평으로 되어 있고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고 곧바로 뒤를 향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자창의 모양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칼을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고인의 오른쪽 어깨를 잡고 있는 피해자의 왼쪽 손을 뿌리치면서 그 칼을 빼앗으려고 실랑이를 하거나 혹은 피해자가 다른 장애물에 부딪치거나 넘어지는 등의 사유로 잘못하여 칼에 찔릴 가능성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환송 후 원심증인 이윤성이 작성한 사실조회회보서는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우발적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칼에 찔렸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에 반하지 않으며, 나아가 피고인 자신의 변소 그 자체에 관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칼을 빼앗을 당시 이미 피해자가 칼에 찔린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자신을 칼로 찌른 다음 다시 칼을 빼어 오른손을 들어야 하는데,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가의 점, 피해자가 칼에 찔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막상 칼에 찔릴 당시의 상황은 보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칼에 찔리면서 아무런 비명이나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변소는 논리적, 합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다음, 따라서, 피고인의 변소 내용을 전제로 당시 상황을 설정한 상태에서 위에서 본 피해자의 자창 부위, 자창의 모양과 칼날방향, 피해자 신체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자신의 잘못으로 칼로 자신을 찔렀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마지막 한 가지 가능성, 즉 피고인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을 가능성만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비록 피해자가 먼저 칼을 들고 피고인을 위협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칼을 피해자로부터 빼앗아 피해자의 가슴을 찌른 이상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제1심의 사실인정에는 비록 그 경위에 약간의 잘못이 있기는 하나 결국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한 점에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고, 다만 범죄사실로 피고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던 중 피고인이 혼자서 나가려고 하자 이에 화가 난 피해자가 내실 출입구 쪽 도마 위에 있던 갈비를 뜰 때 사용하는 칼을 집어들고 피고인을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피고인을 잡아끌자 이에 항거하면서 피해자로부터 위 칼을 빼앗아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피해자의 왼쪽가슴을 1회 찔러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심장자창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인정하였다.

6. 대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과 같이 목격자의 진술 등 직접증거가 전혀 없는 사건에 있어서는 적법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들에 논리법칙과 경험칙을 적용하여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추단될 수 있을 경우에만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는 것이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므로,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자살 가능성이나 더 나아가 피해자가 우발적인 사고로 인하여 칼에 찔려서 공소사실과 같은 상해를 입고 사망하였을 가능성까지도 합리적인 의심이 없이 배제됨으로써, 최종적으로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칼로 찌른 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밖에는 도저히 볼 수 없다고 추단되어야만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살인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 기록상 인정되는 사실

피해자가 칼을 들고 피고인을 위협할 당시 서로 마주보고 있었고, 피해자가 칼을 잡은 모양은 칼을 쥐었을 때 새끼손가락이 칼 부분 쪽을 향하고, 엄지손가락이 손잡이 윗 부분 쪽으로 향하는 자세였던 사실(기록을 살펴보면 환송 전·후의 원심에서 적시한 피해자의 칼잡은 모양도 이러한 취지임이 명백하다)과, 사망한 피해자의 좌측 가슴에는 칼날방향이 외측으로 나 있는 길이 2.5㎝ 정도, 깊이 15㎝ 정도의 자창이 1개 있는데, 외부에서 볼 때 거의 수평으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좌우로 기울어지지 않고 곧바로 뒤를 향하고 있으며, 곧바로 찔린 뒤 내부에서 흔들리지 않은 채 그대로 다시 칼이 빠져 나온 형태로 되어 있고,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는 다른 손상이 없으며 주저흔이나 방어흔 등도 없는 사실은 기록에 의하여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다.

다.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칼날의 방향에 관하여 정확한 진술을 하지 않았으나 칼날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고(즉 칼날 부분이 몸쪽으로, 칼등 부분이 바깥쪽으로)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환송 전 원심 및 환송 후 원심 결심 전까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환송 후 원심증인 이윤성의 증언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칼을 잡는다는 의식을 가지고 이 사건과 같이 칼을 들었을 경우 일반적으로 칼날이 지면을, 칼등이 하늘을 가리키게 들게 된다는 점을 종합하여 이 사건 당시 칼날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고 있었다고 인정한 후, 이를 전제로 하여 이 사건 피해자의 자창의 모습에 비추어 피해자의 우발적 사고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을 배제하였다.

그러나 그와 같은 칼날의 방향에 관한 원심의 인정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원심도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칼날의 방향에 관하여 명확한 진술을 하지는 않았고, 나아가 원심은 환송 후 원심의 결심때까지 칼날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여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심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나, 환송 전 원심에 이르기까지는 칼날의 방향을 구체적인 쟁점으로 하여 변론이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그에 관하여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에 대하여 이의를 하지 않았다거나 이를 시인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고, 다만 환송 후 원심공판기일에서 칼날의 방향이 구체적인 쟁점으로 부각되자 피고인은 이를 모르겠다고 명백하게 주장하였을 뿐이다. 또한 환송 후 원심증인 이윤성은 "일반적으로 칼을 잡으면 위로 잡을 때는 대개 칼날이 아래쪽을 향합니다. 인식을 하고 잡을 때는 그런데, 인식을 하지 않으면 칼날의 방향은 바뀔 수 있습니다."라고 증언한 바는 있다(공판기록 453정). 그러나 위 증언이 이 사건과 같은 모습으로 칼을 잡은 경우에 일반적으로 칼날의 방향이 아래쪽을 향한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의식적으로 칼을 이 사건과 같은 모습으로 잡을 때 칼날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하여 잡는다는 경험칙이나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아가 위 증인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인식을 하지 않고 칼을 잡을 때는 칼날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인데, 원심이 인정한 바에 따라 이 사건 피해자가 칼을 들게 된 경위에 관하여 보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말다툼을 하다가 피고인이 나가려고 하자 이에 화가 나서 칼을 집어 들었다는 것으로, 이처럼 피해자가 격분하여 충동적으로 칼을 잡았다면 칼을 어떻게 잡겠다는 인식을 하고 잡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경우에는 위 증인의 증언에 의하여도 칼날의 방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그 외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당시 칼날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만약, 피해자가 당시 원심인정과 반대로 칼등 부분이 몸쪽으로, 칼날 부분이 바깥쪽으로 각 향하도록 칼을 잡았다고 가정하면, 칼을 빼앗으려는 피고인과 실랑이를 하거나 혹은 다른 장애물에 부딪치는 등의 사유로 잘못하여 우발적으로 칼에 찔린 경우에는 이 사건처럼 칼날의 방향이 외측으로 자창이 생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자창 모습에 비추어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이 칼을 들고 위협하는 피해자로부터 칼을 빼앗아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찔렀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즉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피해자의 자창모습은 왼쪽 가슴에, 외부에서 볼 때 거의 수평으로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신체 부위에는 다른 손상이 없으며 주저흔이나 방어흔 등도 없다. 그런데 피고인이 피해자와 마주 선 상태에서 칼을 빼앗아 찌를 경우 그 자창은 통상 아래나 위 방향으로 날 것이지 자창이 수평으로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환송 후 원심증인 이윤성의 증언이나 동인 작성의 사실조회회보서 등도 그러한 취지이다. 공판기록 314정, 447정. 또한 환송판결도 그와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주선 상태에서 찔렀을 경우 자창이 그와 같이 수평으로 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몸과 손목을 틀어 칼날을 수평으로 한 다음 찔러야 하는데, 원심증인 이윤성의 증언에 의하여도 마주 본 상태에서는 몸을 옆으로 돌리기도 어렵고, 다만 마주 본 상태에서 피해자가 약간 옆으로 서 있을 경우 칼을 옆으로 돌리면 그러한 자창이 가능하나, 마주 보고서는 굉장히 자세가 어색해지고 찌를 수도 없다는 것이다(공판기록 454정).

또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160㎝ 정도의 여자이고, 피해자는 키 170㎝ 이상의 남자(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174-5㎝. 공판기록 436정)라는 성별, 체격조건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칼을 빼앗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칼을 빼앗아 찌르더라도 피해자의 저항이 없을 수 없을 터인데, 기록상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아무런 상처나 저항을 받은 흔적이 없으며, 피해자 역시 방어흔이나 다른 상처가 전혀 없다. 그러한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칼을 빼앗아 찔렀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정이 엿보인다.

그 외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칼을 빼앗을 당시 이미 피해자가 칼에 찔린 상태였다면 피해자는 자신을 칼로 찌른 다음 다시 칼을 빼어 오른손을 들어야 하는데,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는가의 점, 피해자가 칼에 찔릴 당시 피고인은 피해자를 정면으로 보고 있었던 점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막상 칼에 찔릴 당시의 상황은 보지 못하였고, 피해자가 칼에 찔리면서 아무런 비명이나 소리도 내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변소는 논리적, 합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죄 인정의 사정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상처 부위와 같은 경우 스스로의 칼에 찔린 피해자가 다시 어려움 없이 칼을 뺄 수 있다는 것이고(공판기록 315정, 320정, 449정), 그리고 원심이 들고 있는 둘째 사정은 피고인이 격앙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욱이 이후 같이 싸우던 남편이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와 같이 이 사건 당시 칼날의 방향에 관한 명백한 증거가 없고, 따라서 피해자의 우발적 사고에 의한 사망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그 칼날의 방향이 지면을 향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이를 전제로 피해자의 우발적 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7.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서성
대법관
유지담
주심
대법관
배기원
대법관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