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선박충돌사고에 있어서 쌍방조선자의 과실의 경중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원재결을 취소한 사례

【판결요지】

선박충돌사고에 있어서 쌍방조선자의 과실의 경중에 관한 판단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원재결을 취소한 사례

【참조조문】

행정소송법 제27조

【원 고】

최완철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민병국, 안원모

【피 고】

중앙해난심판원장

【원 재 결】

중앙해난심판원 1984.10.24자, 중해심 84-14 재결

【주 문】

원재결을 취소하고, 이를 중앙해난심판원에 환송한다.

【이 유】

원고들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 제1점을 본다.

1. 원재결이 인정한 기선 팬노바호와 기선 스이본호의 충돌사고 발생경위는 다음과 같다.

(1) 기선 팬노바호는 1983.9.3미국 포트랜드항을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던중 같은달 9 21:00경 (알라스카 표준시, 이하 같다) 유니맥(UNIMAK)섬 앞 유니맥 패스(UNIMAK PASS)를 통과하여 서진하고 있었다. 같은날 22:01경 일등항해사인 소외 박호성은 침로를 277도에서 273도로 조정하여 항해중 22:15경 상대방위 우현 약 10도 거리 12마일에서 접근중인 스이본호를 레이다로 포착하여 약 2,3분 후에 쌍안경으로 장등 2개를 목격하였고 22:40경 상대방위 우현 8도거리 5.5마일에서 접근중인 스이본호의 장등 2개와 녹등을 확인하였으므로 상호 우현대 우현으로 항과할 것으로 판단하고 좀더 항과거리를 넓히기 위하여 진침로 273도에서 265도로 좌변침하여 침로를 조정한 후 발광으로 의문신호를 보내고 무선전화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하였으며, 상호 2.5마일까지 접근되었을 때 스이본호의 등화를 보고 스이본호가 우변침한 것을 알고 이때 비로소 충돌의 위험을 느껴 짧은 섬광 5회의 발광신호를 보냈으나 역시 응답이 없었다. 위 박호성은 충돌 4분전인 22:47경 약 2마일 거리에서 좌현 10도로 완만하게 좌변침하여 충돌을 피하고자 하였으나 더욱 접근되어 충돌의 위험이 더 커졌으므로 22:49경 극좌전타하면서 선장인 홍사헌을 불러 동인이 곧 기관을 정지하였으나 양선은 거의 전속상태로 22:51경 북위 54도 2분 48초, 서경 165도 26분30초 위치에서 약 210도를 향한 팬노바호의 우현 제2번 창과 제3번 창 사이를 스이본호의 좌현선수가 팬노바호의 선미로부터 약 80도 각도로 충돌하였다.

(2) 한편 기선 스이본호는 1983.9.1 울산항을 출항한 후 알라스카 앵카리지항으로 향하여 아류샨(ALLEUTIAN) 열도 북안을 따라 항해하다가 그달 오후에 유니맥 패스에 진입하고 있었다. 위 스이본호의 선장인 원고 최완철은 그날22:30경 침로를 084도에서 104도로 우변침한 후 3등 항해사인 원고 김동훈에게 선수방향에 선박이 나타나면 우측으로 5,6도 변침하여 침로 조정할 것을 지시하고 선교를 떠났는데, 위 김동훈은 이미 22:26경 정선수거리 11.6마일에 있는 팬노바호를 레이다로 포착하고 있다가 선장이 떠난 후 9마일까지 접근한 팬노바호의 등화를 쌍안경으로 직접 확인하였다. 이때 장등 2개가 거의 직선상으로 보였으므로 위 김동훈은 양 선박의 접근상황을 거의 마주치는 상태로 판단하고 안전한 항과거리를 두기 위하여 선장의 지시대로 22:33경 침로를 104도에서 110도로 6도 우변침조정하여 팬노바호를 상대방위 좌현 약 10도정도로 보고 항해하던중 팬노바호로부터 짧은 섬광 5회의 발광신호가 왔으나 인근의 다른 선박에 보내는 것으로 알고 응답을 하지 않았다. 22:38경 다시팬노바호측으로부터 짧은 섬광 5회의 발광신호가 왔으므로 침로를 110도에서120도로 우변침하였는데 이때 팬노바호는 상대방위 좌현 10도 거리 5.5마일에있었다. 위 김 동훈은 위 팬노바호의 좌현 침로변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좌현 대 좌현으로 통과할 것만을 의식하고 속항하던중 충돌 2,3분전 거리 약1마일까지 접근한 상황에서 팬노바호 등화의 급속한 변화를 확인하고서야 동선이 급좌회두하고 있음을 아고 침로를 120도에서 130도로 우변침을 명령하였다가 곧이어 극우전타를 명함과 동시에 기관을 정지하였으나 미치지 못하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2. 위와 같은 원재결의 인정사실을 놓고 쌍방 선박조선자의 각 과실을 양선박이 처음 상대방 선박을 발견한 초인시부터 박근상태에 이르기전까지의 과정과 박근상태에서 충돌시까지의 과정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우선 양 선박이 초인시부터 박근상태에 이르기전까지의 과정에서 인정되는 쌍방과실을 비교해 본다.

가. 원재결 인정사실에 의하면 양 선박의 초인시침로교각은 11도이었는데 스이본호에서 당일 22:33경 6도 우변침하고 다시 22:38경 10도 우변침함으로써 22:40경 팬노바호의 항해사 박호성이 5.5마일 거리에서 스이본호의 진행상황을 확인하였을 때는 침로교각이 27도가 되었으므로, 이때 팬노바호는 스이본호를 자선의 우현에 두고 횡단하는 상태에 있었음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팬노바호는 피항선에 해당하므로 동 선의항해사 박호성은 스이본호의 진로를 피하여 항행하되 그 선수를 횡단하여서는 안되고 우변침으로 침로를 조정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1972년의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 제15조, 이하 규칙이라 약칭한다), 상대방 선박의 동작과 등화관찰을 소홀히 하여 우현대우현으로 통과할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오히려 8도 좌변침함으로써 침로교각 35도의 보다 깊은 횡단상태를 만든 과실이 인정된다.

둘째로, 위 박호성은 위와 같이 좌변침한 후에도 스이본호와 2.5마일 거리에 접근할 때까지 스이본호의 동작을 면밀히 관찰하지 아니함으로써 동 선박과 횡단상태로 접근중임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여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

나. 한편 스이본호의 항해사인 원고 김동훈이 22:33경 쌍안경으로 팬노바호의 등화를 직접 확인하였을 당시 침로교각은 11도에 불과하고 거리는 약9마일에 달했으므로 위 김동훈으로서는 그 접근상황을 거의 마주치는 상태로 판단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보여지는 바, 이와 같이 상반되는 침로 또는 거의 상반되는 침로에서 마주치는 경우에 충돌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때에는 각 선박이 서로 다른 선박의 좌현쪽을 통과할 수 있도록 각기 침로를 우현쪽으로 변경하여야 하고 선박이 마주치는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마주치는 상태에 있다고 가정하고 그것에 합당한 동작을 취하여야 하므로(규칙 제14조 제1항 및 제3항) 위 김동훈이 22:33경 6도 우변침한 조치에 무슨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그후 상대방 선박인 팬노바호와 침로교각 17도의 횡단상태가 형성된 후 피항선인 팬노바호가 피항원칙에 따른 우변침을 하지 않고 그 방위각도에 변동이 없자 22:38경 다시 자선을 10도 우변침한 것은 유지선이라고 할지라도 피항선이 규칙에 따른 적당한 동작을 취하지 않고 있음이 판명된 때에는 자선의 조종만으로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할 수 있음에 비추어 (제7조 제4항 제1호 및 제17조 제1항 제2호) 부당한 조치라고 볼 수 없으며 이점에 무슨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위와 같이 스이본호가 10도 우변침한 후 팬노바호는 피항원칙에 반하여 오히려 8도 좌변침함으로써 보다 깊은 횡단상태가 형성되었으므로 스이본호의 항해사인 김동훈으로서는 계속하여 팬노바 호의 동작을 주시하고 충돌의 위험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팬노바호와 1마일거리에 접근하기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은 인정된다.

다. 위와 같이 팬노바호의 항해사 박호성은 상대방 선박과의 횡단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피항원칙에 상반된 변침을 한 과실과 그 후에도 박근상태에 이르기까지 상대방 선박의 동작을 정확히 관찰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인정되는 반면, 스이본호의 항해사인 원고 김동훈은 두차례에 걸친 변침조치에 무슨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다만 그후 박근상태에 이르기까지 상대방 선박의 동작을 정확히 관찰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만이 인정되므로, 쌍방과실을 비교해 보면 팬노바호의 항해사 박호성의 과실이 스이본호의 항해사 김동훈의 과실보다 더 크다고 하지 않을 수없다.

(2) 다음에 양선박이 박근상태에 이르러 충돌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인정되는 쌍방과실을 비교해 본다.

가. 먼저 원재결 인정사실에 의하면 팬노바호의 항해사 박호성은 양선박이 상호 2.5마일 거리까지 접근하였을 때 스이본호의 등화를 보고 비로소 우변침한 것을 알았다는 것인바, 이와 같이 양선이 횡단하는 상태에 있음을 알았으면 피항선인 팬노바호쪽에서 스이본호의 선수를 횡단하지 않도록 우현쪽으로 침로를 변경하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상대방 선박이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게 하고 상대방 선박이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 주의깊게 확인하며 필요하다면 감속하거나 추진수단을 정지 또는 역전하여 선박의 진행을 완전히 멈추게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규칙 제15조 및 제8조 제2항, 제4항, 제5항), 위 박호성은 약 2마일 거리에 이르러 오히려 좌현으로 완만하게 10도 변침하였을 뿐아니라 충돌 2분전 1마일 거리에 이르기까지도 감속이나 기관정지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극좌전타만 하다가 충돌하기에 이른 과실이 인정된다.

나. 한편 스이본호의 항해사인 원고 김동훈은 팬노바호와 2마일 거리에 이르렀을 때 육안으로 상대방 선박의 동작관찰이 가능한 상황이었으므로 피항선인 상대방 선박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규칙에 따른 침로변경 등 피항동작을 취하지 아니하여 그 상태대로라면 충돌을 피할 수 없음이 분명한 이상 스이본호가 비록 유지선이라고 할지라도 상대방 선박에게 주의를 환기하여 침로를 변경케 하거나 자선을 감속 또는 정지하는등 조치를 취하여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 김동훈은 팬노바호의 동작관찰을 소홀히 하여 1마일 거리에 접근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팬노바호의 좌변침을 확인하였고 그 후에도 감속 .정지조치를 취하거나 크게 우변침 하는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함이 없이 단지 10도 우변침 하였다가 충돌직전에 이르러 급우회전을 시도했으나 미치지 못하고 충돌하기에 이른 과실이 인정된다.

다. 이상과 같이 양 선박이 박근상황에 이르러 충돌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쌍방이 모두 상대방 선박의 동작을 계속 주시하여 충돌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은 비슷하다고 하겠으나, 다만 피항선인 팬노바호가 2마일 거리의 박근상태에서 횡단시의 피항원칙에 따라 우변침 하기는 커녕 오히려 예상과 빗나간 좌변침을 한 것은 이 사건 충돌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라고 하겠으므로 이 점에서 팬노바호측의 과실은 스이본호 측의 과실보다 더 크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3. 결국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초인시부터 박근상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박근상태에 이른 때로부터 충돌시까지의 과정을 통틀어서 쌍방과실을 비교교량해 본다면 스이본호 항해사 김동훈의 과실이 팬노바호의 항해사 박호성의 과실보다 훨씬 경미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스이본호의 선장인 원고 최완철과 팬노바호의 선장 소외 홍사헌의 각 과실은 원재결에 의하면 자선의 항해사인 위 김동훈과 박호성에 대한 감독과 지휘의무 태만에 있으므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실의 경중은 위 김동훈과 박호성의 각 과실경중에 따라 좌우된다고 하겠다.

그런데 원재결은 위와 달리 쌍방선박 조선자의 과실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스이본호의 항해사인 원고 김동훈을 업무정지 10월에, 팬노바호의 항해사인 소외 박호성을 업무정지 12월에 처하고 스이본호의 선장인 원고 최완철과 팬노바호의 선장인 소외 홍사헌을 똑같이 업무정지 2월에 처하고 있는 바, 이러한 원재결의 조치는 쌍방과실의 경중에 관한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원고들에 대하여 그 과실의 정도에 비하여 균형과 공평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하여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에서 논지는 이유있다.

4. 그러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재결을 취소하여 이를 중앙해난심판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정기승
대법관
전상석
대법관
이회창